
판타지
젖은 신록(神錄)
작가 네온
줄거리
비가 오지 않는 마을에 깨진 항아리 하나가 떠밀려 오고, 그 안에서 이름을 잃은 아이가 울고 있다. 아이의 작은 기적이 사람들을 살릴수록, 마을은 보호와 숭배 사이에서 점점 더 잔인한 얼굴을 드러낸다.
미리보기
항아리가 갈라지는 소리가 먼저 왔다. 8월 6일 19:40, 비 한 방울 없는 하천 바닥에서 젖은 흙냄새가 올라왔다. 일연은 기록부를 겨드랑이에 끼고, 양손으로 항아리 입을 막고 있었다. 손바닥 아래에서 얇은 숨이 닿았다. 따뜻하지 않았다. 물에 오래 담긴 돌처럼 차고, 이상하게 부드러웠다.
깨진 틈 사이로 아이의 손이 나왔다. 외견상 7세쯤 되어 보이는 손목에 젖은 실을 둥글게 감아 놓은 듯한 흉터가 있었다. 일연이 흙을 닦자 흉터는 더 선명해졌다. 아이는 눈을 뜨지 않은 채 말했다. “연화.” 그 이름은 17세의 일연이 기록부 맨 아래에 쓰고 덮어 둔 이름이었다. 죽은 어머니의 이름이었다.
등장인물

서일연
주인공
서일연은 마을의 죽음과 출생을 적는 사람이다. 항아리 속 아이를 품에 안은 밤부터, 그녀의 기록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된다.

미루
핵심 인물
미루는 자기 이름도, 왜 사람들이 무릎을 꿇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웃으면 누군가 낫고, 울면 누군가의 가장 오래된 기억이 사라진다.

백견
의문의 인물
백견은 마을이 굶지 않도록 궂은 제의를 맡아온 사람이다. 그는 아이를 구원이라 부르지만, 그 말 안에는 오래된 빚이 숨어 있다.

윤소하
핵심 인물
윤소하는 병을 고치러 마을에 왔지만, 이곳의 병이 몸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금세 알아챈다. 그녀는 일연에게 도망칠 길과 불편한 질문을 동시에 내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