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드라마
남은 물의 높이
작가 은하수
줄거리
문을 닫는 날에도 목욕탕에는 평소처럼 손님이 온다. 관리인 정숙은 남은 수건을 정리하다가, 손님들의 부탁 사이에 오래 접어 둔 자신의 일을 꺼내 놓는다.
미리보기
06:00, 젖은 배송 가방이 매표대 아래에 걸렸다. 수건 더미가 기울자 정숙은 받침을 밀어 넣듯 팔을 뻗었다. 맨 아래 수건이 실내화 등에 떨어졌다. 가방을 놓친 남자가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지만, 정숙은 먼저 그의 손을 보았다. 젖은 손잡이를 움켜쥔 손등에 힘줄이 올라와 있었다. “가방부터 바닥에 놔요. 수건은 내가 받을게.” 남자가 시키는 대로 몸을 낮추는 동안 정숙은 깨끗한 수건을 매표대 위에 옮겼다.
바랜 청색 조끼에는 비가 짙은 얼룩을 만들었다. 김태오였다. 배송을 마치고 들르던 29세의 손님은 허리를 편 뒤에도 가방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정숙은 짙은 남색 앞치마로 손바닥을 훔쳤다. 63세가 된 정숙에게 이곳의 아침은 25년째였지만, 오늘은 문을 열자마자 폐점 안내를 뒤집어 확인하게 되었다. 온천탕이 영업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씻고 갈 수 있죠?” 태오가 물었다. 정숙은 출입문을 더 열어 주고, 발등에 떨어진 수건을 세탁물 쪽으로 치웠다.
등장인물
임
임정숙
주인공
다른 사람의 수건은 모자라지 않게 챙겨 온 정숙. 목욕탕이 문을 닫는 날, 자신의 물건을 넣을 상자는 아직 고르지 못했다.
김
김태오
핵심 인물
배송을 마친 태오는 씻으러 왔다고 말하면서도 가방을 내려놓지 않는다. 오늘따라 휴대전화 화면을 자꾸 엎어 둔다.
최
최선희
핵심 인물
선희는 마지막 목욕을 하러 와서 옷 한 벌을 다시 꿰맨다. 정숙과 오래 알고 지냈지만 서로 묻지 않은 일이 남아 있다.
임
임은지
의문의 인물
폐점 정리를 돕겠다고 온 은지는 버릴 물건부터 묻는다. 엄마와 나란히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질문에 대한 답은 늦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