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가족
반지하 분양 계약서
작가 윤채하
줄거리
20년 전 강남에서 반지하로 쫓겨난 한 사람에게, 바로 그 자리에 들어선 아파트의 분양 통지서가 도착한다. 묘비 앞에 펼쳐진 계약서의 서명 칸은 비어 있다.
미리보기
6시 47분. 강남역 11번 출구. 해은은 계단 끝에서 한 발 디디기 전에 멈춰 섰다. 휴대폰 화면이 켜져 있었다.
축하합니다. 정해은 고객님께서 청약에 당첨되셨습니다. 동, 호수, 평형. 평형은 24평. 위치는 강남구 OO동 117-3번지.
사람들이 그녀의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한 사람도 멈추지 않았다.
등장인물

정해은
주인공
강남 시행사 분양 관리직. 누구보다 빨리 도장을 찍고 누구보다 늦게 잠드는 사람. 20년 전 자기가 살던 반지하 자리에 들어선 아파트의 청약에 당첨된 날, 그녀는 도장을 잃어버린다.

정인호
핵심 인물
건설회사 부장이었다가 IMF 정리해고 1순위로 사라진 사람. 강남 아파트의 안방을 잃은 뒤로 딸의 손을 한 번도 잡지 않았다. 그가 끝내 말하지 않은 한 문장이, 20년 동안 딸의 도장을 무겁게 만든다.

김순임
핵심 인물
20년 전 반지하의 곰팡이를 매일 닦아낸 사람이자, 남편과 딸 사이의 침묵을 혼자 통역해 온 사람. 청약 통지서를 손에 쥔 딸을 보며, 그녀는 처음으로 한 가지 비밀을 꺼내려 한다.

박민주
핵심 인물
1998년 반지하 시절 해은의 단짝. 지금은 재개발로 사라질 동네에서 보습학원을 운영하며, 원주민 비상대책위원회 간사로 시행사와 싸우고 있다. 시행사 명함을 건네는 해은의 손을 보고 그녀는 한 번 웃는다 — 그 웃음이 가장 아프다.

오성태
의문의 인물
해은의 직속 팀장. 협상 테이블에서 한 번도 언성을 높이지 않고 원주민의 양보를 받아내는 사람. 그는 해은의 청약 당첨을 누구보다 먼저 알았고, 누구보다 먼저 축하한다 — 그 축하의 결이 해은을 불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