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리/스릴러
흰 장갑의 침묵
작가 윤채하
줄거리
고급 경매장의 감정사가 낙찰을 앞둔 예술품들 사이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흔적을 발견한다. 작품이 인도되기 전 마지막 밤, 그는 기록과 침묵 사이에서 가장 위험한 감정을 감정해야 한다.
미리보기
2026년 9월 18일 19:12, 서림옥션 검수실의 공기는 냉장고 안쪽처럼 말랐다. 유리벽 너머에서는 진행팀 직원들이 무전기를 허리에 찬 채 지나갔다. 서이선은 SRO-2317의 뒷면 봉인을 작은 칼로 밀어 올렸다. 칼끝이 봉랍 아래로 들어갈 때 아주 낮은 마찰음이 났다. 흰 장갑의 엄지 끝에 붉은 가루가 묻었다. 그녀는 가루를 털지 않았다. 작업대 위의 벽시계는 특별 경매까지 남은 시간을 성실하게 줄이고 있었다.
변경 전 상태보고서는 안쪽 보강판 사이에서 접힌 채 나왔다. 종이는 얇았고 가장자리에는 물에 닿았다 마른 듯한 잔주름이 있었다. 오른쪽 아래 정하연의 서명이 보였다. 끝이 작은 갈고리처럼 올라가는 글씨였다. 그 옆에는 이선의 2026년 9월 8일 검토 생략 서명이 겹쳐 있었다. 그녀는 종이를 조명 아래로 더 밀었다. 잉크의 번짐은 오래된 것이었고, 손바닥 안쪽에는 늦게 땀이 찼다. 칼은 닫힌 채 작업대 끝에 놓였다.
등장인물
서
서이선
주인공
서이선은 작품보다 기록의 침묵을 더 오래 바라보는 감정사다. 완벽한 절차를 믿어온 그녀의 밤에, 지워진 이름들이 차례로 되살아난다.
백
백도원
의문의 인물
백도원은 서림옥션의 명성과 취향을 만든 큐레이터다. 그는 늘 한발 먼저 알고, 한 문장 늦게 말한다.
정
정하연
핵심 인물
정하연은 사라지기 전까지 누구보다 조용히 작품의 상처를 읽었다. 하연이 남긴 작업 메모는 구조 신호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스스로 흔적을 지운 사람의 문장처럼 보인다.
강
강민재
핵심 인물
강민재는 작품을 옮기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이 옮겨지는 순간을 지켜본 사람이다. 그는 말하지 않은 기록을 갖고 있지만, 그 기록은 자신도 다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