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술적 리얼리즘 / 시대물
사시(死時)의 항구
작가 카를로스 리베라
줄거리
1930년대 항구 도시, 할머니가 사라진 밤 모든 시계가 같은 시각에 멈춘다. 죽어가는 이의 마지막 말을 듣는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그 능력을 거부해 온 막내딸은, 산 자의 증언과 죽은 자의 말 사이에서 누구를 믿을지 선택해야 한다.
미리보기
훗날 윤해온은 시계탑 안쪽에서 3번째 종이 울리던 순간보다 먼저, 1933년 9월 17일 밤 생선 상자 위에 엎어진 백만수의 입술에서 할머니의 이름이 소금물처럼 새어 나오던 일을 기억하게 될 것이며, 그때 월영포의 6개 시계는 이미 11시 47분에 멈춰 있었고 부두의 고등어들은 죽은 뒤에도 은빛 눈을 뜬 채 그녀의 젖은 치맛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온은 백만수의 어깨를 붙잡았고, 그의 적삼에서는 막걸리와 피와 젖은 밧줄 냄새가 한꺼번에 올라왔다. 항구 사람들은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멈춘 시계는 고장 난 물건처럼 대하면 된다는 듯 누군가는 얼음을 덮고, 누군가는 생선 비늘을 쓸었으며, 해온만이 그의 목구멍에서 아직 살아 있는 작은 진동을 손바닥으로 세었다.
등장인물

윤해온
주인공
해온은 죽어가는 이의 마지막 말을 듣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그 말들이 산 사람을 묶는 사슬이라고 믿는다. 할머니가 사라진 밤,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이 거부한 소리를 따라 항구의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윤귀례
핵심 인물
귀례는 가문의 마지막 말을 가장 오래 견딘 사람이며, 누구보다 따뜻한 손으로 가장 차가운 비밀을 감춰 왔다. 그녀의 실종은 보호인지 배신인지 아무도 단정하지 못한다.

민태오
의문의 인물
태오는 항구의 장부와 빚을 쥐고 사람들의 입을 닫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는 죽은 자의 말보다 도장이 찍힌 종이가 더 잔인하게 오래간다는 사실을 안다.

윤정화
핵심 인물
정화는 해온의 어머니이자, 마지막 말을 듣는 능력을 생계와 장례의 언어로 견뎌 온 사람이다. 딸을 지키려는 침묵이 딸을 더 깊은 어둠으로 밀어 넣을 수 있음을 알고도 멈추지 못한다.

정인호
핵심 인물
인호는 죽은 자의 말은 듣지 못하지만, 산 사람들이 부치지 못한 편지들을 누구보다 오래 보관해 왔다. 그는 해온에게 기록이 늘 권력자의 편만은 아니라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