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 로맨스 미스터리
잔향의 초상
작가 루이 베르네
줄거리
낡은 항구 온실에서 기억의 향을 만드는 조향사에게, 오래된 빈 향수병 하나가 도착한다. 병에 남은 향은 누군가의 사랑을 부르지만, 동시에 그녀가 잊은 밤의 문을 연다.
미리보기
폭우가 온실 유리를 손가락처럼 두드리던 밤, 윤서하는 이름표가 떨어져 나간 빈 향수병의 마개를 돌렸다. 유리 목에서 물비린내와 녹슨 금속 냄새가 먼저 올라왔고, 그 아래에서 젖은 장미가 조용히 벌어졌다. 왼쪽 손목의 오래된 화상 흉터가 바늘로 찍힌 듯 당겼다. 그녀는 손을 빼지 않았다. 작업대 위 알코올램프의 불꽃이 낮게 흔들리고, 건너편의 강도윤은 낡은 카메라 끈을 움켜쥔 채 그녀의 손목을 보고 있었다.
“방금 그 반응, 처음입니까.” 도윤의 목소리는 젖은 필름을 물에서 건져 올린 것처럼 낮고 거칠었다. 서하는 병 입구를 코끝에서 1뼘 떨어뜨렸다. 빈 병이라면 남을 수 없는 베이스가 있었다. 바다 소금, 불탄 설탕, 그리고 그녀가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마지막 고정제의 서늘한 잔향. 그녀의 손은 이미 같은 순서의 시향지를 집고 있었다. 처음 맡는 향이라면 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등장인물
윤
윤서하
주인공
윤서하는 향으로 타인의 기억을 되살리는 조향사다. 그러나 한 의뢰인이 가져온 빈 병은 그녀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향해 열린다.
강
강도윤
핵심 인물
강도윤은 사진 속 사라진 색을 되살리는 복원가다. 그는 빈 향수병 하나를 들고 서하 앞에 나타나, 그녀가 모르는 사랑의 이름을 묻는다.
한
한이재
의문의 인물
한이재는 기억 치료의 권위자로, 고통을 지우는 일이 구원이라고 믿는다. 그녀의 친절은 언제나 정확한 통제처럼 느껴진다.
백
백미로
핵심 인물
백미로는 서하의 조향 보조로, 누구보다 빨리 향을 구분한다. 가벼운 농담 뒤에는 스승을 지키고 싶은 불안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