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휴먼 미스터리
사라진 얼굴의 음화
작가 아오이 렌
줄거리
오래된 가족사진관에 같은 단체사진을 두고 서로 다른 삭제 의뢰가 이어진다. 사진 속 작은 여백이 한 사람의 알리바이를 흔들자, 보정 기사는 원본과 신뢰 사이에서 위험한 선택을 시작한다.
미리보기
오전 11시 22분, 서윤은 모니터에 띄운 칠순 잔치 단체사진에서 흰 봉투의 모서리를 확대하고 있었다. 유진은 작업대 맞은편에 서서 블라우스 소매를 2번 접어 올렸다. 그녀의 손가락 아래 봉투는 한경식의 휠체어 뒤, 액자 유리의 반사선과 겹쳐 있었다. 프린터 위에서는 조금 전 지운 은색 커프스단추 부분이 덜 마른 잉크로 남아 있었다.
휴대전화가 짧게 떨렸다. 한경식의 부고 문자가 화면 위에 올라왔다가 사라졌다. 유진은 그 문자를 보지 못한 척 시선을 내렸다. 서윤은 마우스를 놓지 않았다. 원본 기준으로는 봉투보다 먼저 지워 달라는 부분이 2곳 있었다. 10시 15분, 산소호흡기 표시등 주변. 10시 47분, 커프스단추와 액자 반사. 이제 3번째였다. 서윤은 확대율을 100%로 낮췄다. 유진의 구두 앞코에는 마른 흙이 붙어 있었다. 서윤은 그것을 보고도 묻지 않았다.
등장인물
이
이서윤
주인공
서윤은 남의 가족사진에서 상처를 덜어 내는 일을 오래 해 왔다. 그러나 어느 날, 지워 달라는 부분들이 한 사람의 생사를 가리기 시작한다.
한
한태오
의문의 인물
태오는 가족의 체면을 지키는 데 능숙한 사람이다. 그의 정중한 말투는 부탁처럼 들리지만, 늘 상대의 약점을 정확히 짚는다.
백
백민재
핵심 인물
민재는 보험사에서 거짓말을 찾아내는 일을 하지만, 사람을 먼저 의심하는 버릇 때문에 늘 한 발 늦는다. 서윤의 원본 보관 습관만은 믿고 싶어 한다.
한
한유진
핵심 인물
유진은 오래 떠나 있던 집안의 잔치에 돌아왔다가 가장 먼저 의심받는다. 그녀가 숨긴 것은 죄가 아니라, 믿어 줄 사람이 없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