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리 판타지 (오컬트 직장물)
반려된 밥상
작가 네온
줄거리
괴담을 민원처럼 접수하고 등급을 매기는 신설 부처에서, 신입 심사관 서윤오는 별것 아니라며 반려한 식당 괴담이 자신의 오래된 상실과 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폐쇄된 구내식당과 지하 보존실을 오가며 그는 숫자로 처리한 이름들이 밤마다 다시 식탁에 놓이는 사건을 추적한다.
미리보기
훗날 서윤오는 03시 00분 폐기 예약이 울리던 밤에도 오전 8시 20분의 책상 냄새를 먼저 떠올리게 될 터였는데, 그날 그의 반려 통지서는 젖은 빨래처럼 책상 위에 붙어 있었고, 지문란은 아직 마르지 않은 국물처럼 천천히 부풀었다. 괴이접수부 사무실의 형광등은 아침 보고서마다 늘 하던 일로 2번 숨을 골랐고, 프린터 옆 컵라면 국물 냄새와 복사기 열, 젖은 종이의 쇠맛이 그의 목 안에 동시에 들어왔다.
윤오는 어제 반려한 구내식당 괴담 파일을 4등급 칸에 꽂아 두었고, 수습 3개월 안에 반려 120건을 채우면 정식 심사관 발령이 난다는 말을 아직 주머니 속 사원증보다 더 단단하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통지서 첫 장의 지문 결 사이로, 11년 전 누나 서은수가 뜨거운 숟가락을 잡다가 남겼던 작은 화상 흉터 모양이 떠올랐다. 윤오는 손가락을 떼지 못한 채 종이 가장자리에 맺힌 물방울을 바라보았고, 책상 아래 폐식권 한 장이 바람도 없이 뒤집혔다.
등장인물
서
서윤오
주인공
서윤오는 괴담을 서류처럼 처리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 신입 심사관이다. 반려한 민원이 가족의 빈자리로 되돌아오자, 그는 처음으로 결재란 밖의 목소리를 듣는다.
오
오태식
의문의 인물
오태식은 괴이접수부가 생기기 전부터 괴담의 비용을 계산해 온 반장이다. 그는 차갑게 보이지만, 모든 낮은 등급 판정 뒤에 누군가의 이름을 숨겨 둔다.
배
배문경
핵심 인물
배문경은 규정상 지워야 하는 신고자의 말을 끝까지 받아 적는 계약직 접수원이다. 그녀는 괴담을 믿어서가 아니라, 빈칸이 사람을 삼키는 순간을 본 적이 있어서 기록을 멈추지 않는다.
서
서은수
핵심 인물
서은수는 윤오의 기억 속에서 늘 마지막 통화 직전에 멈춰 있는 누나다. 밤의 식당에서는 그녀의 흔적이 밥그릇과 지문, 익숙한 잔소리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