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F/드라마
유리의 이름
작가 아이샤 스톤
줄거리
5년째 버추얼 아이돌 '유리'의 열성 팬인 30대 직장인 한세진에게, 어느 날 출처를 알 수 없는 익명 메시지가 도착한다. 자신이 사랑한 것이 캐릭터인지, 그 너머의 무엇인지 — 세진은 답할 수 없는 질문 앞에 선다.
미리보기
새벽 2시 17분. 두 모니터가 켜져 있다. 왼쪽 화면에서 유리는 5년째 같은 동작으로 손끝을 들어 올린다. 무대 끝 조명이 잠깐 그녀의 어깨를 비추다가 사라진다. 세진은 그 순간을 외울 정도로 봤다. 외울 정도로 본다는 것이 사랑인지, 사랑이라고 부르기로 약속한 다른 무엇인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오른쪽 화면에는 SNS 알림이 떠 있다. 처음 보는 계정이다. @yui_offstage. 짧은 한 문장. '당신이 5년 전에 보낸 두 번째 편지의 마지막 줄, 아직 기억하고 계세요?' 세진의 손이 차가워진다. 보고서 어미가 머릿속을 스친다. '오류로 사료됩니다.' 하지만 오류가 아니다. 그 편지는 어디에도 올린 적이 없다. 종이로만 보냈다. 일부러.
그 마지막 줄을 떠올려 본다. 떠올리지 않으려 했지만 손가락보다 먼저 기억이 움직인다. '저는 당신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그게 가장 안전한 사랑인 것 같아요.' 5년 전 그 문장을 봉투에 넣고 우체국까지 걸어갔다. 그날 비가 왔다. 봉투가 젖…
등장인물

한세진
주인공
퇴근 후 방 한 칸에서 5년째 같은 무대를 돌려보는 사람.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자신의 가장 큰 부분이 화면 안에 있다.

서이안
주인공
5년 동안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사랑받아온 사람. 그 이름을 내려놓으려 할 때마다, 자신의 일부가 같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발견한다.

유성태
의문의 인물
산업이 만들어낸 가장 효율적인 인간 — 시스템의 잔인함을 늘 미안한 얼굴로 전달하며, 자기는 그 잔인함의 일부가 아니라고 믿는다.

박도연
핵심 인물
5년 전 같은 콘서트장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뒤, 세진의 유일한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 팬덤이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묻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