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벚꽃이 지는 속도로
작가 루이 베르네
줄거리
10년 만에 경주 대릉원에서 옛 연인과 다시 마주친 소연. 벚꽃이 흩날리는 천년 고도의 봄밤, 끝맺지 못한 한 계절이 다시 펼쳐진다.
미리보기
분홍빛 조명이 천년 된 고분 위로 쏟아진다. 대릉원 벚꽃 야간 라이트쇼 첫날, 한소연은 매표소 앞에 서 있다. 왼쪽 손목의 가죽 시계가 오후 7시 42분을 가리킨다. 바람에 벚꽃잎이 날려 그녀의 린넨 셔츠 어깨 위에 내려앉고, 어디선가 피리 소리 같은 국악 선율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올해도 오셨네요." 매표소 직원이 반갑게 웃는다.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 경주 사투리가 편안하다. 소연은 입꼬리를 올리지만 눈은 웃지 않는다. "네, 습관이 돼서요." 표를 건네받는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습관. 10년째 같은 계절,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 습관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정확한 귀환이다.
개찰구를 지나 봉분 사이 산책로로 들어선다. 발밑에 자갈이 서걱거리고, 조명에 물든 벚꽃 터널이 눈앞으로 펼쳐진다. 수백 명의 관람객이 사진을 찍고 웃고 있지만, 소연의 귀에는 10년 전의 목소리만 울린다. '내일 여기서 보자.' 그 내일은 오지 않았다.
등장인물

한소연
주인공
10년째 같은 계절에 경주를 찾는 여자. 그녀의 손목에 감긴 낡은 가죽 시계만이 멈춘 시간의 증거다.

정미래
의문의 인물
재하의 동료이자 3년간 그의 곁을 지킨 사람. 밝은 미소 뒤에 숨겨진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윤재하
핵심 인물
기억을 잃은 문화재 복원가. 천 년 전 유물은 되살릴 수 있는데, 자기 과거는 왜 돌아오지 않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