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심리 드라마 / 휴먼 미스터리
남의 이름으로 파도는 온다
작가 윤채하
줄거리
가족 대행 일을 하는 남자는 바닷가 환갑 여행에서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아들을 연기한다. 낯익은 듯 어긋나는 가족들 사이에서, 그는 계약서에 없는 부탁을 받기 시작한다.
미리보기
2026년 10월 14일 19:00, 윤서준은 케이크 상자를 가슴에 붙이고 펜션 현관 앞에 섰다. 바닷바람이 비닐 손잡이를 때렸다. 그는 문패 대신 초인종 아래 붙은 조개껍데기를 보았다. 입안에서 엄마라는 말을 3번 굴렸다. 첫 번째는 너무 낮았다. 두 번째는 상업적이었다. 세 번째는 그나마 사람 목소리 같았다.
계약서는 얇았다. 1박 2일, 환갑 여행, 장해옥의 아들 역. 선금 180만 원은 이미 들어왔다. 잔금 120만 원은 다음 날 일정 종료 뒤 지급. 가족 대행 업무에서 가장 위험한 조항은 대개 쓰이지 않는다. 서준은 그런 문장을 여러 번 보았고, 쓰이지 않은 문장 때문에 일을 망친 사람들도 보았다.
바다 소리는 문틈으로 들어오지 않고 벽 뒤에서 낮게 번졌다. 서준은 그 소리에 맞춰 숨을 조절했다. 너무 깊이 쉬면 긴장한 사람처럼 보이고, 너무 얕게 쉬면 들킨 사람처럼 보인다. 그는 중간을 고르는 일에 익숙했다.
등장인물
윤
윤서준
주인공
서준은 남의 가족이 필요한 자리에 대신 앉아 주는 일을 한다. 이번 의뢰는 쉬운 효도 연기처럼 보였지만, 펜션에 도착한 순간부터 대본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한다.
장
장해옥
의문의 인물
해옥은 환갑 여행의 모든 비용을 낸 의뢰인이다. 그는 다정한 어머니처럼 웃지만, 누구보다 정확하게 거짓말의 온도를 재고 있다.
강
강미라
핵심 인물
미라는 해옥의 딸 역할로 초대된 사람처럼 보인다.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굴지만, 그는 대화가 끝난 뒤 남는 침묵을 더 오래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