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 드라마
반지하, 반쪽의 하늘
작가 은하수
줄거리
7년을 모은 보증금이 계약 당일 허공으로 사라졌다. 빈 방에 남은 건 오래된 사진 한 장과 알 수 없는 위임장 초안. 수진은 장마가 다가오는 서울의 반지하들을 한 칸씩 헤매기 시작한다.
미리보기
알람이 울렸다. 6시.
수진은 편의점 카운터 위에 엎어놓은 핸드폰을 뒤집었다. 화면에 '전세 계약일'이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손가락 끝이 차가웠다. 새벽 내내 냉장 음료를 채워 넣었기 때문이다.
7년이었다. 2,557일. 시급 곱하기 시간 곱하기 날, 그 숫자들이 통장 안에 겹겹이 쌓여 3,000만 원이 되었다. 수진은 숫자를 좋아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었다.
오후 2시. 부동산 사무실. 그 두 가지를 떠올리자 손가락 끝의 냉기가 조금 물러났다. 수진은 처음으로 미래를 숫자가 아닌 장면으로 상상했다. 반지하가 아닌 곳. 창문이 벽 위쪽에 반쯤 걸려 있는 게 아니라 온전히 열리는 곳. 커튼을 친다. 햇빛이 바닥까지 내려온다. 그 빛 속에 자기 발이 있다.
그때 문자가 왔다.
등장인물

박도영
의문의 인물
같은 반지하, 같은 꿈, 같은 절박함. 그런데 왜 그는 친구의 계약을 가로채고 사라졌을까 — 정말 배신이었을까.

최병호
핵심 인물
부드러운 말투, 깔끔한 셔츠, 그리고 절대 들키지 않는 거짓말. 그는 집을 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절박함을 거래하는 사람이다.

오지연
핵심 인물
공익 변호사로서 매일 누군가의 집을 지켜주지만, 정작 자신의 집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한 사람. 법이 지켜주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그녀만의 싸움을 한다.

이수진
주인공
편의점 야간 근무 7년, 통장 잔고 3,000만 원. 드디어 반지하를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던 날, 그 돈이 허공에서 증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