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마지막 이닝
작가 은하수
줄거리
45년간 잠실야구장을 지켜온 청소부 노인이, 철거를 앞둔 마지막 시즌에 좌석 아래 묻힌 타임캡슐 하나를 발견한다. 오래전 사라진 아들의 흔적이 담긴 그 캡슐은, 경기장과 함께 묻혔던 기억들을 하나씩 깨운다.
미리보기
새벽 5시. 빗자루 끝이 콘크리트를 긁는 소리가 4만 석의 적막 속으로 번진다. 3루 측 관중석, 접힌 좌석들이 어둠 속에서 이를 드러내고 있다. 봉길의 허리가 쓸 때마다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왼쪽 무릎이 오늘따라 무거웠다. 그 무게에 익숙한 몸이 스스로 균형을 잡았다.
16,425번째 출근이었다. 누가 세어준 적은 없다. 봉길이 스스로 셌다. 매일 아침, 직원 출입구의 낡은 달력에 빗금 하나. 1982년 개장일부터 시작된 빗금이 달력 수십 권을 채웠다. 경비실 사물함 안에 쌓인 달력들을 아무도 치우지 않았다. 봉길이 치우지 않았으니까.
오늘은 마지막 시즌 첫 경기일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몸이 평소보다 빗자루를 세게 내리쳤다. 먼지가 새벽 공기 속에서 천천히 부유했다. 콘크리트 계단 사이사이에 끼인 과자 봉지, 맥주캔, 응원 막대 — 45년 동안 같은 것들이 같은 자리에 있었다. 달라진 건 봉길의 허리 각도뿐이었다.
등장인물

이준혁
의문의 인물
30년 전 어느 날 밤, 집을 떠난 소년. 이제 중년이 된 그는 아버지와 같은 도시에 살면서도 한 번도 야구장 앞을 지나가지 않았다.

이봉길
주인공
잠실야구장이 문을 연 날부터 빗자루를 들었던 사람. 경기장의 모든 좌석 번호를 외우지만, 정작 자기 아들의 전화번호는 기억하지 못한다.

한소연
핵심 인물
잠실야구장 철거를 총괄하는 젊은 관리자. 건물을 부수는 일을 하지만, 정작 자기 안의 무너진 것은 수리하지 못한다.

박영자
핵심 인물
야구장 앞 어묵 포장마차 40년. 수만 명의 얼굴을 봤지만, 유독 한 소년의 울던 얼굴만은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