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적 스릴러
등기부등본
작가 아오이 렌
줄거리
수도권 신축 빌라에 전세로 들어간 한 직장인이 계약 직후 집주인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등기부등본 한 장을 들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좇기 시작한다. 그를 도와주던 피해자 모임의 누군가에게도, 말하지 못한 사정이 있다.
미리보기
이삿짐 박스가 절반쯤 풀린 거실 바닥에서, 도윤은 다섯 번째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한 번 울리기도 전에 안내음이 끊고 들어왔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그는 화면을 내려다보다 통화 종료를 눌렀다. 다시 걸었다. 같은 문장이 같은 억양으로 반복됐다. 단열 테이프가 덜 붙은 창틈으로 바깥 소음이 새어 들어왔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날이 3월 9일. 오늘이 정확히 11일째였다. 도윤은 손목을 뒤집어 시계를 보지 않았다. 날짜는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머릿속에서 이미 몇 번이나 셈을 끝낸 숫자였다. 2억 4천만 원. 전세보증금. 그 숫자를 입 밖으로 소리 내지 않으려고 그는 어금니를 한 번 물었다.
백팩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등기부등본 출력물이었다. 계약 전에 떼어 한 번 읽고, 계약 당일 또 한 번 읽었던 종이. 모서리가 닳도록 접었다 폈다. 거실 형광등 아래 펼치자, 어제까지 멀쩡하게 읽히던 한 줄이 오늘은 다르게 보였다. 을구. 근저당권 설정. 그 옆의…
등장인물

한도윤
주인공
IMF로 무너진 아버지를 보며 자란 남자. 꼼꼼히 읽으면 당하지 않는다고 믿었지만, 등기부등본 한 줄이 그 믿음을 무너뜨린다.

윤세라
핵심 인물
피해자 모임을 이끌며 누구보다 사건의 구조를 잘 아는 여자. 모두의 사연을 받아 적지만, 자기 이야기만은 끝내 다이어리에 적지 않는다.

강병호
의문의 인물
22년 경력에 지역에서 신망 두터운 베테랑 중개사. 두 손으로 감싸 쥐는 악수와 따뜻한 위로 뒤에, 그는 자신을 운영자일 뿐이라 믿는다.

오명수
핵심 인물
서류상 그는 빌라 일곱 채를 가진 임대인이다. 실제로는 고시원 한 칸에 살며, 자기 이름이 어디에 쓰였는지조차 다 알지 못한다.